![]() 종종 야구와 관련된 이런저런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대부분이 야수선택이나 도루, 더블 플레이 등 기본적인 규칙과 관련된 것이지만, 한 번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약간은 황당한 질문도 있다. 몇 일전에도 왜 홈팀의 더그아웃이 1루 측에 있는지 그 이유를 묻는 이메일을 받았다. 그러고 보면, 야구장의 양옆에 위치한 2개의 더그아웃 중에서, 1루 측은 홈팀이 사용하고, 원정팀은 3루 측에 있는 게 소녀시대가 9명인 것만큼이나 너무나도 당연한 모습이다. 홈팀의 더그아웃이 1루 측에 있는 이유로, 라커룸이나 화장실 등 부대시설이 좋기 때문이라든지, 감독의 작전을 주자나 타자 등에게 전달하는 3루 코치와 벤치 간에 의사소통을 하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실제로 홈팀이 사용하는 1루 측이 원정팀의 3루 측보다 부대시설 등이 월등히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원래부터 1루 측의 시설이 좋은 것이 아니라, 홈팀이 사용하기 때문에 좋은 것이다. 한 번씩 일정에 따라서 경기를 하러 오는 원정팀과는 달리, 홈팀은 경기 외에도 훈련이나 연습 등도 홈구장에서 가지는 게 일반적이다. 게임이 끝나면, 길을 떠나는 나그네인 원정팀과는 달리 홈팀은 수시로 홈구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부대시설에서 차이가 나는 거다. 3루 코치와의 의사전달이 유리하기 때문에, 홈팀이 1루 측 더그아웃을 사용한다는 설명은 일견 그럴듯하다. 하지만, 한 경기 동안 작전이 펼쳐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게다가, 지금과 같은 히트 앤드 런이나 런 앤 히트 등과 같은 작전도 없었던 시대를 생각하면, 부대시설이 좋다는 이유처럼 인과관계가 뒤바뀐 느낌이다. 그렇다면, 야구 규칙에는 더그아웃의 사용과 관련된 내용이 없을까? 안타깝게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야구 규칙에서는 홈 팀이 1루 측 더그아웃을 사용해야만 한다는 규정은 보이지 않는다. 기껏 “본거지구단은 각 베이스라인에서 7.62m 이상 떨어진 곳에 본거지 구단과 방문 구단 선수용 벤치를 각 1개씩 설치하여야 하며, 좌우와 뒤쪽이 둘러싸이고 지붕이 있어야 한다”(야구규칙 1.08)는 대목만 있을 뿐이다. 즉, 야구 규칙 어디에도 홈팀이 1루 측 벤치를 사용해야만 한다는 규정은 없다. 또한, 1루 측 더그아웃이 홈팀인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무조건적이지는 않다. 대구구장에서 홈팀인 삼성 라이온즈는 3루 측 더그아웃을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대구구장에서도 1루 측이 삼성의 더그아웃이었지만, 여름철에 뜨거운 태양빛이 직접적으로 비치는 관계로, 3루 측으로 이동한 것이다. 일본에서도 니혼햄 파이터스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삿포로돔에서도 3루 측에 홈 팀의 더그아웃이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는 LA 엔젤스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이 3루 측 더그아웃을 사용하는 홈팀들이다. 결국, 미국이든 일본이든 한국이든 홈 팀이 반드시 1루 측 더그아웃을 사용하는 건 아니다. 홈팀의 사정에 따라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 그래도 상당히 많은 구장이 홈팀의 더그아웃을 1루 측에 둔 것을 보면, 무엇인지 남다른 이유가 있을 법도 하다. 야구 규칙을 살펴보면, “본루에서 투수판을 지나 2루로 향하는 방향은 동북동이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야구규칙 1.04)는 대목이 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지 필수는 아니다. 어쨌든 규칙에 쓰인 이상적인 구장의 대략적인 방향은 중견수 방면이 동쪽이고, 홈플레이트 방향은 서쪽, 3루가 북쪽, 1루는 남쪽이다. 중견수 방면이 동쪽이고, 홈이 서쪽인 것은 태양과 관련이 있다. 지금과는 달리 오로지 낮 경기만을 펼칠 수밖에 없던 시절에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조치였다. 또한, 홈이 서쪽인 것은 타자와 관중이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반대로 수비하는 선수에게는 햇빛이 바로 눈에 들어오기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한 번씩 낮 경기에서 플라이볼을 쫓던 외야수가 햇빛으로 말미암아 만세 삼창을 부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실 이것은 좌완투수를 사우스포라고 부르는 이유와도 연관이 있다. 사우스포는 ‘south + paw’가 합해진 말로, 글자 그대로 ‘남쪽 손’이다. (1루가 남쪽이고, 3루가 북쪽이기에) 좌완투수의 팔이 남쪽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야구장 구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 외에도 미국 남부출신이 좌완투수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그건 그렇고, 이 규정과 홈팀의 더그아웃이 1루 측에 있는 것과는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일까? 땅덩어리가 넓은 미국도 한국이나 일본과 마찬가지로 북반구에 있다. 예로부터 한국에서는 집은 남향이 좋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여름철에는 차양 등으로 북쪽으로 더 높이 뜨는 태양의 빛을 막을 수 있고, 반대로 겨울철에는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는 등의 장점 때문에 나온 말이다. 홈팀의 더그아웃 역시 남향집과 마찬가지 이유로 3루 측이 아닌 1루 측에 있게 된 것이다. 결국, 홈 팀이 1루 측 더그아웃을 사용하는 것은 삼성 라이온즈가 3루 측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이유이고, 또한 홈 필드 어드밴티지의 하나였던 셈이다. 덧붙여서, 더그아웃이라면, 연상되는 반지하의 방공호와 같은 모습은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관중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기 위한 것이다. 이 용어는 1912년 10월 17일 ‘뉴욕 트리뷴’이 최초로 사용했다. <scRIPT type=text/javascript>setFontSize(0);</scRIPT> |